데일리연합 김준호기자] 지난 25일 오전 8시 10분께 세종시 장군면 한 상가에서 강모(50)씨가 전 동겨녀 김모(48)씨를 비롯해 아버지, 오빠, 현 동거남 송모씨 등을 엽총으로 살해한 뒤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강씨는 제일 처음 출근하려고 차량 운전석에 앉은 김씨 오빠를 살해했고 이어 바로 옆 주택에서 아침식사 중이던 김씨의 아버지에게 총을 쐈다. 그런 뒤 김씨 일가 소유의 인근 편의점에서 현 동거남인 송씨에게 엽총을 발사하고는 준비한 시너를 주변에 뿌리고 불을 질렀다. 강씨가 3명을 살해하는 데는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은 1시간50여 분 만인 오전 10시6분 금강변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져 있는 강씨를 발견했다. 강씨의 배 위에는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1m12㎝ 길이 이탈리아제 베레타 엽총 한 자루가 놓여 있었다. 총알이 파편처럼 흩어지는 산탄총이었다. 강씨의 승용차에서는 미국산 폭스SF 엽총이 추가로 발견됐다. 강씨는 이날 실탄 5발을 사용했고 숨진 채 발견됐을 땐 실탄 32발을 갖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강씨는 2년6개월간 김씨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 1년6개월 전 헤어졌다. 갈라선 뒤에도 강씨는 공동 투자했던 편의점 지분 문제로 김씨 가족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강씨가 편의점 추가 지분을 요구했고 헤어진 뒤에도 애정 문제로 종종 다퉜다”는 전 동거녀 김씨의 진술을 받았다. 이에 따라 경찰은 강씨가 돈·치정 문제로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해 7월 총포 소지 허가를 받았고 11월에는 충북 제천·단양지역 수렵 허가를 얻었다. 그리고 지난 23일 오후 3시21분에는 충남 공주경찰서 신관지구대에 베레타와 폭스SF 엽총을 맡겼다. 그 뒤 25일 오전 6시25분 다시 신관지구대에서 수렵허가증을 내보이고 총기를 되찾았으며, 그 직후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강씨가 총기를 공주의 지구대에 맡길 때 이미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강씨가 총포 소지 허가를 받고 총기를 찾아가는 과정 등에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정신병이나 범죄 전력 등이 없으면 별다른 제한 없이 총기를 소유할 수 있다. 강씨는 이런 문제가 전혀 없었다. 경찰에 총을 맡겼다가 사냥이 허용된 시기에 찾아간 것도 정상이었다.
그러나 사냥용 엽총이 살인도구로 이용되면서 총기 관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씨의 경우처럼 사냥을 위해 총을 사용하겠다고 한 뒤 범죄 목적으로 쓰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경찰이 개인에게 소지 허가를 내준 총기는 엽총 3만7424자루를 비롯해 16만3664자루에 달한다. 이 중 엽총은 관할 경찰서 무기고에 보관하도록 돼 있고 살상력이 약한 다른 총기는 종류에 따라 개인이 소지할 수도 있다.
일각에선 수렵기간에라도 경찰이 총기 소지자와 상시 연락체계를 구축하는 등 관리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총기 담당 경찰관 한 명이 500자루가 넘는 총기를 관리하는 현실을 감안해 담당 경찰관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엽총관리 철저히", "무서운 사건이다", "갈수록 흉악범죄 늘어난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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