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송동섭 기자 | 자산 10조 원 규모의 중견 금융그룹 다올금융그룹을 둘러싼 수사가 단순한 위법 여부를 넘어 금융지배구조의 취약성을 정면으로 드러내고 있다. 증권사의 유동성 위기를 저축은행 자금을 통해 ‘우회적으로’ 메웠다는 의혹은, 금융계 내부에서 오랫동안 지적돼온 계열사 간 자금 순환 구조의 위험성이 실제 사례로 드러난 사건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다올저축은행과 다올투자증권 전현직 임원들을 상호저축은행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사의 핵심은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단기 유동성 위기 국면에서, 다올투자증권이 자회사인 다올저축은행 자금을 약 3,400억 원 규모로 끌어와 위기를 넘겼는지 여부다. 형식상으로는 ‘랩 계좌 투자’라는 정상 거래 구조를 취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계열사 간 자금 지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의 출발점은 2022년 가을이다. 당시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국내 단기자금시장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이 급격히 경색되면서, 증권사들은 대규모 유동성 압박에 직면했다. 다올투자증권 역시 약 6천억 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 확보 필요성이 제기되며 위기 국면에 들어섰다. 시장에서는 단기차입이 어려워졌고, 보유 채권의 유동화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때 등장한 구조가 랩 계좌를 활용한 자금 이동이다. 다올저축은행은 자체 자금을 활용해 복수의 증권사에 랩 계좌를 개설했고, 이 계좌를 통해 다올투자증권이 보유한 채권을 매입했다. 거래는 100회 이상 반복됐고, 총 규모는 3,400억 원에 달했다. 형식적으로는 투자 행위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증권사가 떠안고 있던 유동성 부담을 저축은행이 대신 흡수하는 구조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거래의 ‘형식’과 ‘실질’ 사이의 괴리다. 랩 계좌는 운용사에 자산 운용을 일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개별 투자에 대한 내부 심의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소하다. 이 점은 본래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지만, 이번 사안에서는 내부 통제를 우회하는 통로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지배구조다. 다올투자증권은 다올저축은행 지분의 60%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다. 즉 동일 그룹 내에서 ‘지배하는 회사’가 ‘피지배 회사’의 자금을 사실상 활용한 구조다. 상호저축은행법은 저축은행이 대주주에게 신용을 공여하거나 자금을 지원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는 저축은행이 일반 서민과 예금자의 자금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대주주의 사익을 위해 자금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이번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다. 단순한 불법 여부를 넘어, 금융지주 형태가 아닌 ‘사실상 금융그룹’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내부 자금 이동의 위험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각각 독립된 회사지만, 실제 의사결정 구조에서는 그룹 차원의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감독 사각지대 문제가 제기된다.
실제 금융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비은행 금융그룹의 내부거래에 대한 통제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은행 중심 금융지주 체계는 내부거래와 리스크 이전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촘촘하지만, 증권사·저축은행·자산운용사 등이 결합된 비은행 그룹은 규제 체계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측면이 있다. 이번 사안은 이러한 구조적 공백이 실제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또 하나의 핵심은 ‘위험 이전’이다. 당시 다올저축은행이 매입한 채권은 부동산 관련 투자와 강원도 사업 관련 채권 등 부실 위험이 높았던 자산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유동성 지원을 넘어, 증권사가 부담해야 할 리스크를 저축은행으로 이전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그룹 전체 차원에서는 위기를 분산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예금자 기반 금융기관에 위험이 집중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문제의 본질이 드러난다.
금융당국의 역할 역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러한 거래가 약 8개월간 반복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차단되지 못했다는 점은, 내부거래 감시 체계와 감독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준다. 특히 랩 계좌와 같은 간접 투자 구조를 활용한 거래는 기존 규제 틀로는 실시간 파악이 어렵다는 점에서 제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한 기업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 레고랜드 사태라는 외부 충격, 부동산 금융시장 경색, 증권사의 유동성 압박, 그리고 느슨한 그룹 지배구조가 맞물리면서 발생한 구조적 사건에 가깝다. 다시 말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떤 자금이 어디로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누구의 리스크가 누구에게 전가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결국 이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금융그룹 내 계열사 간 거래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그리고 그 경계를 어떻게 감시할 것인가다. 형식적으로는 합법적인 투자 구조를 갖췄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대주주 지원으로 작동하는 거래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다시 설정될 필요가 있다.
지금의 금융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더 복잡한 구조로 연결돼 있다. 증권, 저축은행, 자산운용, 보험이 하나의 그룹 안에서 움직이면서 자금 흐름 역시 다층적으로 얽혀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위기 대응이 내부 자금 이동으로 해결되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그 비용은 결국 가장 취약한 금융기관과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다올 사태는 단순한 수사 대상이 아니라, 한국 금융시스템이 안고 있는 구조적 질문을 다시 꺼내든 사건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감독, 그리고 지배구조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과정에서 찾아야 할 문제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