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세계 보도망 확충 전 세계 6억 5000만뷰 송출망 확보!

기획) '붉은 자본'에서 '녹색 표준'으로... 중국식 ESG 가속페달의 명과 암

  • 등록 2025.09.24 10:30:03
크게보기

넷제로 목표 달성 위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시장의 반응 분석

 

 

데일리연합 (SNSJTV. 타임즈M) 박용준 기자 | 과거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환경오염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중국이 체질 개선을 넘어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게임 체인저를 자처하고 나섰다. 2025년 하반기에 접어든 지금, 중국의 ESG 행보는 단순한 흉내 내기를 넘어 국가 주도의 '전략적 표준화'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시진핑 정부가 선언한 '쌍탄(Double Carbon, 2030년 탄소 피크 및 2060년 탄소 중립)' 목표는 이제 기업들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규범으로 작동하고 있다.

 

올해 초 중국 3대 증권거래소(상하이, 선전, 베이징)가 발표한 '상장사 지속가능경영 공시 지침'은 중국 ESG 역사의 분기점이 되었다. 과거 선택 사항이었던 ESG 공시가 시가총액 상위 기업과 대형 상장사를 중심으로 의무화되면서, 중국 대기업들은 이제 재무제표만큼이나 탄소 배출량과 사회적 책임 이행 지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서구권의 시장 중심적 ESG와는 결을 달리한다. 중국의 ESG는 철저히 중앙 정부의 로드맵과 궤를 같이하는 '관치(官治)형 ESG'의 성격을 띤다. 국유기업(SOE)들이 앞장서서 신재생 에너지 전환과 공급망 정화에 나서면, 그 하부 구조에 있는 수많은 민간 중소기업들이 이를 뒤따르는 구조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 등 녹색 산업 분야에서 중국이 확보한 압도적인 공급망 지배력은, 이제 '중국식 녹색 표준'이 글로벌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녹색금융 포럼의 화두는 '공급망 탄소 발자국 추적'이었다.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및 제조 기업들은 자사 플랫폼에 입점한 협력사들에게 엄격한 환경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이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미·중 갈등 속에서 강화되는 글로벌 공급망 실사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책이기도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산업 고도화를 꾀하려는 전략적 포석이 깔려 있다.

 

현지의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의 지배구조(G) 개선 노력에도 주목하고 있다. 비록 서구적 관점의 이사회 독립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논란이 존재하지만, 기업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환경적 가치와 사회적 공헌(공동부유)을 결합하려는 시도가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다. 특히 농촌 진흥과 결합한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S) 활동은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물려 막대한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이라는 실리로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식 ESG가 직면한 가장 큰 숙제는 '데이터의 투명성'과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에 대한 국제 사회의 불신이다. 여전히 전력 생산의 상당 부분을 석탄 화력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 공정만 녹색으로 포장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또한, 서구권이 제기하는 강제 노동 이슈 등 인권 관련 사회적 책임 지표는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글로벌 ESG 시장에서 풀어야 할 가장 까다로운 난제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시각도 엇갈린다. 중국의 녹색 채권 시장 규모가 세계 최대 수준으로 성장하며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적 리스크와 결합된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은 여전히 프리미엄을 갉아먹는 요인이다.

 

25년 4분기로 향하는 현재, 중국의 ESG는 국가 안보와 경제 성장, 그리고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복잡한 고차 방정식을 마주하고 있다.

 

결국 중국의 ESG는 단순한 기업 윤리의 문제를 넘어,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녹색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의 싸움으로 변모했다. '녹색 장벽'을 쌓으려는 서구권과 그 장벽을 넘기 위해 스스로 체질을 바꾸는 동시에 자신들만의 규칙을 만들려는 중국의 충돌은, 향후 10년 글로벌 경제의 지형도를 결정지을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용준 기자 y2413@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