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용 절차 중 하나인 신체검사를 두고 취업준비생들의 불만 여전하다.
적정업무 배치를 위해 실시하는 신검의 기준이 모호해 고용 차별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논란이 많다.
합격 통보 이전에 신검을 받도록 강제하는 자체가 부당한데다 '을(乙)'의 위치인 구직자가 이를 거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행법(고용정책기본법 제7조)에서 근로자 모집·채용 과정에서 기업의 자율적 신체검사 결과에 의해 불합리한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합격 통보 이후에 신체검사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 158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9명(96.3%)이 지원 서류 작성 때부터 차별당할 것을 걱정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이중 15.1%(복수응답)가 '키·혈액형 등 신체사항'을 꼽을 정도다.
자동차 업계에 종사하는 신모(28)씨는 신체검사 전형이 업무상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신체적 조건을 가려낼 수 있을 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과거 병력(病歷)이나 가족력에 대해 얼마든지 은폐·조작이 가능하다는 게 신씨의 견해다. 그는 "문진서 공란을 (제대로) 기입하지 않는 취준생이 많은데다 재검에서 정상적인 몸 상태라는 판정이 나오도록 (부정한 수법을 쓰기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씨는 신검 절차로 인해 합격자 발표기간이 늦어지는 점도 불만스럽다. 그는 "신검 결과가 나오려면 1주일 가량 걸리다보니 면접(이나 최종 입사자 합격) 결과를 통보 받기까지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 취준생에겐 결코 짧지않은 시간이다. 다른 회사 입사를 준비하거나 여행 계획을 짤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신검을 앞두고 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전문가들은 현행 신검 전형을 구직자 중심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할 정도다.
서울시립대 취업경력개발센터 관계자는 "전염병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이 확인되지 않는 한 신검 결과가 합격 당락을 좌우하는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면서도 "기업의 주관적인 기준에 의해 신검 결과가 평가되는데다 채용시장에서 절대적인 을인 구직자에게 합격 통보 전 신검을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김종필 건국대 인재개발센터장도 "채용 절차 중간에 끼워넣어 신검을 강화하려는 지 이해할 수 없다. 기업의 절차상 편의를 위해 구직자들만 피로도가 쌓인다"면서 "구직자가 아닌 근로자(입사자) 신분에서 신검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다' 저자인 임문수씨는 "건강한 직원을 뽑아야 하는 기업의 사명이 개인의 인권 보호 보다 우선시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채용 과정에서 신검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을 뿐더러 불필요한 정보가 유출될 확률이 높으므로 신검은 반드시 필요한 특수 직무에 한해 허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윤준식 기자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