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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③비리 블랙홀 상조업계…"시신, 물로 닦는 파렴치한 곳도"

  • 등록 2014.10.21 15: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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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염장이 유재철 교수 "허례허식 가득한 장례문화 되돌려야"

리베이트와 중국산 수의 등 장례업계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뉴시스헬스는 노무현ㆍ김대중 대통령과 법정 스님의 시신을 직접 닦고 수의를 입혀 이승으로 보내드린 국가장(國家葬) 전문가 유재철 교수를 만났다.

현재 동방문화대학교대학원 평생교육원에서 장례지도사 과정 전임 교수로 활동하며 20년 넘게 장례문화에 종사해 온 유 교수는 요즘의 장례ㆍ상조업계와 장례문화에 대해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 있는 300여개 상조회사 중 직접 염을 하는 회사는 100여 군데밖에 안 돼요. 유족 100명 중 매장하려는 사람은 20~30명조차 안 되고, 그 중 궁중염·탈관하려는 유족은 3~5명에 그치죠. 문제는 소수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그 과정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에게 권유해 이득을 취한다는 겁니다."

특히 궁중염을 하게 되면 베 10m가 필요하고 20만~30만원의 베값이 든다. 고려시대부터 내려온 궁중염은 최근 각 상조회사 개성에 따라 색을 넣거나 기계로 수를 입힌 다양한 한지·염베를 이용해 시신을 예쁘게 포장하는 데 그친다. 보이는 부분만 무리하게 신경 쓴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상조업체가 염습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한다. 염이란 고인에게 정성스럽게 마지막 단장을 해드리는 일로, 과거에는 식구들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 고인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는 미풍양속이었다.

"염습의 경우 시신 목욕에 25분, 수의를 입히는 데 20분, 입관에 5분 등 총 50분이 걸립니다. 그 모든 과정을 유족들이 볼 수 있게 하는 게 원칙이죠. 그런데 상조회사들은 수의를 다 입은 고인의 얼굴만 5분 정도 보여줍니다. 정성껏 목욕을 시키고 옷을 입혔는지, 닦지 않고 대충 입혔는지 모를 일이죠. 정확한 절차를 밟았다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시신을 닦을 때는 쑥을 달인 물인 향탕수나 쌀뜨물, 알코올 등을 사용합니다. 향탕수 등은 가장 효과가 좋지만 비싸기 때문에 알코올을 많이 쓰는데, 알코올은 인체의 기름을 흡수하죠. 향탕수든 알코올이든 보기에는 다 똑같다며 시신을 그냥 물로만 닦는 파렴치한 곳도 있어요."

그는 지난 14일 싼값의 중국산 수의를 고급 국내산 수의로 속여 팔다 경찰에 적발된 보람상조를 유족의 슬픔을 교묘히 악용한 사례라고 꼽았다.

"50만원짜리 수의를 300만원 상당의 국내산 수의라고 하는 등 원산지를 속이는 것도 문제예요. 입관 전 고인을 볼 수 있는 5분이라는 시간 동안 수의 원산지나 종류를 확인할 정신이 어디 있어요. 그걸 교묘히 악용하는 건 천벌 받을 짓이죠."

유 교수에 따르면 유골함의 경우 용도에 맞게 추천하지 않고 회사에 이윤이 많이 남는 상품으로 추천하는 것도 문제다.

"유골함을 실내에 보관한다면 굳이 비싼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지만, 야외나 탑 같은 곳에 보관하려면 습기가 안 차고 내부가 이중ㆍ삼중으로 된 제품이 좋습니다. 장례 상품에 유골함이 포함돼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고인과 가족을 위한 맞춤 추천을 해주는 회사인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그는 우리나라의 장례문화에 대해 전통과 정신은 남아있지 않은 채 형식만 강요한다고 얘기한다.

"과거 장례는 마을 공동체가 함께하는 문화였지만, 요즘엔 무조건 음식을 많이 차리고 조문객을 많이 받는 허례허식에 빠져있어요. 장례가 너무 형식에 얽매이면 안 됩니다. 예전에는 최소 5일장을 치러 이틀간은 가족끼리 보내고, 사흘부터는 손님을 받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고인을 보낼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 한 채 손님을 받고 있으니, 정신이 없는 거죠. 장례식의 주인은 상주가 아니라 고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해요."

그는 따로 장례식장을 둔 병원에 대해서도 장례문화에 관심도 없고 투자도 안 하면서 단순히 돈만 벌려 한다고 비꼬았다.

1994년 장례토탈서비스 회사인 생활의례문화원을 설립해 수년간 정성껏 장례의전을 행하고 있는 유재철 교수는 장례지도사가 설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상조업계를 보면 장례지도사를 쉽게 해고하고 다시 뽑고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누가 직업정신을 갖고 일할 수 있겠습니까. 진실로 유가족을 위로하고 고인을 관리하는 사람은 회사가 아니라 장례지도사입니다. 앞으로도 학교, 호스피스 등에서 계속 강의를 해 장례문화가 발전하고 바뀔 수 있도록 솔선수범 할 계획입니다."

유 교수는 상조업계도 소비자도 모두 제대로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요즘 상조업계는 광고를 엄청 하는데 여기에 현혹되면 안 됩니다. 소비자 스스로도 좋은 업체를 찾아야 하고 업계도 제대로 장례를 치르도록 노력해야 해요. 21일부터 사흘간 노인복지센터에서 '웰 다잉(Well Dying)'이라는 주제로 임종 체험을 진행하는데, 죽음이 익숙지 않은 어르신들에게 미리 생각해보는 시간을 제공하려 합니다. 평소 '엔딩 노트(Ending Note)'를 작성해 장례식을 어떻게 할 건지, 어떤 말을 남길 것인지 등을 기록하면 죽음을 제대로 준비하고 삶을 더 활기차게 살 수 있겠죠."


국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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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연합뉴스팀 기자 hidai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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