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정자역 신분당선 6번 출구 뒷쪽 지상 엘리베이터 앞. 폭 2m의 인도 위로 길이 20m 가량의 환풍구가 설치돼 있었다. 이 구간을 통과하려면 환풍구를 밟고 지나가야 되는 구조다.
철재 그물망 모양의 환풍구 덮개가 비교적 촘촘해 바닥이 보이지 않았지만 시민 상당수가 불안감에 덮개 가장자리 부분을 밟고 통과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정자동 주민 김 모(31)씨는“붕괴사고 뒤 무서워서 반대 쪽 인도를 이용한다”며“환풍구를 인도 위에 만드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화를 냈다.
6번 출구 맞은편 분당선 정자역 4번 출구와 신분당선 5번 출구 사이 인도에는 폭 1m50㎝에 길이 12m짜리 환풍구가 20여㎝ 높이에 설치돼 있었다.
환풍구 양 옆은 경사가 완만하도록 경사면을 만들어 놓았다. 이곳 환풍구 철재 덮개는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상대적으로 간격이 넓었고 건물 2층 높이 정도 아래에 바닥이 보였다. 덮개는 시건 장치가 없어 쉽게 덮개가 들어올려졌다. 환풍구가 폭 2m 인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한꺼번에 사람이 몰리게 되면 시민들이 환풍구 위를 통해 보행하기도 했다.
분당구 구미동 미금역 주변 인도에도 폭 1.3m에 길이 8m짜리 환풍구 4개가 바닥에서 20~40㎝ 높이에 설치되는 등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성남시청 민원 게시판에도 인도 위 환풍구 안전대책을 요구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시민 이 모(47·여)씨는“판교 환풍구 사고 이후 환풍구를 보면 멀리 피하게 된다”며“누구나 쉽게 통과할 수 있는 인도에 안전장치 하나 없이 환풍구를 만드는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는 역사 환풍시설 관리주체인 코레일 등에 안전대책 마련 및 점검을 요청할 방침이다.
경기도도 이날 오후 시·군 부단체장 긴급 안전점검회의를 열어 환풍구 점검은 물론 겨울철에 발생 가능한 고위험 사고 유형 발굴과 대비 사항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
코레일 관계자는“판교 사고 이후 지난 17일 저녁부터 18일까지 분당·일산·과천선 환풍구에 대한 긴급점검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특이사항은 없었고 19~22일 세부안전점검을 해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국토교통부,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협의해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종 기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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