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새학기 부터 이미 선정한 검·인정 교과서를 변경할 때에는 학교운영위원회 출석위원 2/3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의‘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지난 9월29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학교의 장이 해당 학교에서 사용할 검·인정도서를 선정할 때에는 해당 학교 소속 교원의 의견을 수렴한 후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현재는 교육부 선정지침에 따라 교과협의를 통해 교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학운위는 학부모위원, 지역위원, 교사위원 등 학교 규모에 따라 5~15명으로 구성된다.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은 입법예고 때는‘재적위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변경이 가능하도록 했지만‘지나치게 과도한 규정’이라는 비판 여론에‘출석위원 2/3이상의 찬성’으로 다소 완환했다.
현재는 교과서 선정을 변경하려면 재적위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위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개정안은 또 검·인정도서 선정 및 변경에 필요한 세부사항은 교육부 장관이 정하도록 했다. 이는 정권이 원하는대로 교과서를 바꿀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1학기와 2학기에 사용될 교과용 도서의 주문기한을 해당 학기 개시 4월 전까지 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1학기에 사용하는 도서는 해당 학기 개시 6개월 전까지 주문하도록 돼 있어 학교 교사들이 새학기를 앞두고 교과서 선정시 충분한 검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밖에도 교과용도서에 내용 수정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교육부장관이 별도로 정한 주문기한까지 주문하도록 했다.
교과용도서 주문기한을 정해 놓은 것은 학교혼란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취지인데 교학사 사태로 벌어진 파행적인 교과서 수정 심의 과정을 정부가 나서서 합법화 시킨 것이다.
교육부가 이미 선정된 검·인정 교과서 변경 기준을 신설한 것은 지난해 교학사 발행 한국사 교과서처럼 외압 등으로 인해 교과서를 변경하는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지난 1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선정한 학교가 거의 없자 교과서 선정 결정을 변경한 20개교에 대해 특별조사를 벌여“일부 학교에서 외부 압력으로 인해 교과서 결정을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반면, 최초 선정 과정에서 교장 등이 학교 교사들에게 교학사를 포함시키라고 하는 등 구성원 간의 외압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아‘교학사 구하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학운위 출석위원‘2/3 이상’찬성이라는 규정은 여전히 과도해 정부가 한번 선정된 교과서를 다시 번복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차단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각 학교의 교과서 채택은 해당 교과 교사들로 구성된 교과협의회가 상위 3종 교과서를 학교운영위원회에 추천하면 학운위가 순위를 매겨 학교장에 통보하고 학교장은 이들 교과서 중 1종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추천 순위에만 오르면 교과서 선정은 교장 재량이기 때문에 학교장의 외압에 따른 교과서 추천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교육부는 그동안 재심의권을 보장해 왔다.
김유립 기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