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선보인 곡은 R. Wagner의 “Dich, teure Halle, gruess’ ich wieder”는 연주의 시작과 잘 어울렸다. 무엇보다 풍성하게 퍼지면서도 깔끔했던 고음처리와 선명한 딕션 속에서 관객들은 모두 숨죽여 들었다. 자신들의 언어인 독일어로 불리우는 그 곡을 동양인 연주자가 너무나도 자신의 모국어처럼 부르면서도 작은 체구에서 뻗어나오는 소리는 음악의 국경과 경계를 무색케 만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V. Bellini의 “Casta Diva – Ah, bello a me ritora”는 익숙한 오케스트라의 전주로 시작되었다. Casta라는 가사로 시작된 그녀의 음성은 호수위의 백조를 연상케 했다. 만약 백조가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저런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할 만큼, 부르는 연주자의 안정적인 소리는 필자의 가슴에 기분 좋은 요동을 일으켰다. 마지막 곡인 L. Delibes의 “Dome epais le jasmin”에서는 이색적인 두 소프라노의 중창과 익숙했던 멜로디로 친숙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테너와 소프라노의 듀엣에 좀 더 익숙했지만, 여성 두 명의 목소리가 얼마나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무대를 가득 메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늘 기억에 남는 성악가들의 무대를 볼 때 마다 신의 섭리가운데 인간의 몸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감탄하면서도, 오늘 소프라노 김수연의 무대를 보며 우주에서 아주 작은 존재에 불과함에도 가장 큰 존재와도 같이 만들었다는 생각을 들었다.


유럽 전역의 다양한 무대를 통해 관객과 무대 위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로부터, 그리고 함께 무대에 섰던 세계적인 성악가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소프라노 김수연의 오늘 무대는 베를린 필하모닉 홀도 다 채울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목소리를 가진 세계적인 연주자로서의 빛이 점점 더 발하는 것 같다. 그리고 끊임없이 연주자로서의 자신의 몸을 귀히 여겨 더 아름다운 많은 무대를 통해,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낸다.
SMCM예술통신_비엔나 이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