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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 칼럼] 양의 주광성을 가진 그리스도인

대전주님의교회


 

새벽기도를 하기 위해 일어나 불을 밝혔습니다. 순식간에 뭔가의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바퀴벌레였습니다. 갑작스런 일에 바퀴벌레도 놀라고 나도 놀랐습니다. 소파 밑으로 숨어 들어간 녀석을 기어이 찾아 응징을 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아들이 비명을 질렀습니다.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아내가 아들의 방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아들은 거친 숨을 쉬면서 “바퀴벌레! 바퀴벌레!”를 연신 외쳤습니다.

 

잠시 후 여장군은 적을 소탕하고 녀석의 유해를 고이 화장지에 입관하여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습니다. 

 

바퀴벌레의 학명은 ‘블라텔라(blattella)’입니다. ‘빛을 피해 도망치다’라는 뜻의 라틴어 ‘블라타(Blatta)’에서 나온 이름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바퀴벌레는 빛을 싫어하는 곤충입니다. 그래서 낮 동안은 숨어 지내다가 밤이 되어서야 활동하는 어둠의 자식입니다. 

 

반면에 빛을 좋아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더운 날씨 탓에 밤에도 종종 창문을 열어 놓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방충망에 여러 마리의 나방들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거실의 불빛을 따라 찾아온 것입니다. 

 

이처럼 본능적으로 ‘빛을 따라 움직이는 성질’을 ‘주광성(走光性)’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주광성에도 ‘양의 주광성’이 있고, ‘음의 주광성’이 있습니다. 즉 밝은 빛을 찾는 성질을 ‘양의 주광성’이라 하고, 반대로 빛을 거부하여 피하는 성질을 ‘음의 주광성’이라고 합니다. 

 

오징어는 대표적인 양의 주광성을 가진 어류입니다. 그래서 오징어를 잡을 때는 집어등(集魚燈)을 환하게 켜서 오징어를 불러 모아야 합니다. 하지만 바퀴벌레는 오징어와는 반대로 빛을 피하는 음의 주광성을 가진 곤충입니다. 그래서 녀석은 불을 끄고 모두가 잠을 자는 깊은 밤에 주로 활동합니다. 

 

본질상 그리스도인은 ‘양의 주광성’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스스로를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 8:12)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리스도인은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 5:14)라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세상의 빛’인 것은 우리 스스로가 빛을 발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달이 스스로 빛을 발하지는 못하지만 태양 빛을 받아 그것을 다시 내뿜어 어둔 밤을 환하게 비추는 것처럼, 우리가 ‘세상의 빛’인 것은 ‘세상의 빛’이신 예수님을 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그리스도인은 맞는데 빛을 발하지 못하는 그리스도인이 참 많습니다. 예수 공동체는 맞는데 빛을 발하지 못하는 교회가 참 많이 있습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이 없으면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니다”(롬 8:9)라는 바울의 말에 비추어 보면, 그리스도의 빛이 없는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빛이 없는 교회 역시 그리스도와 상관이 없는 집단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그리스도인과 교회를 일컬어 “네가 살았다 하는 이름은 가졌으나 죽은 자로다”(계 3:1)라고 말씀하십니다.

 

문득 두려워집니다. 이렇게 말하는 내 안에도 ‘빛’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 역시 그리스도인이라 하는 이름은 가졌으나 실상은 죽은 그리스도인이었던 것입니다. 

 

“주께서 나의 등불을 켜심이여 여호와 내 하나님이 내 흑암을 밝히시리이다”(시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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